[제7편] 안전의 확장: 도급·용역·위탁 관계의 책임 한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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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경영책임자의 시야를 ‘우리 직원’ 너머로 확장시킵니다. 사업주가 제3자에게 도급, 용역, 위탁을 맡긴 경우에도 해당 시설이나 장소에 대해 **’실질적인 지배·운영·관리’**권이 있다면, 하청 근로자의 사고에 대해서도 원청 경영자가 책임을 집니다. 이제 “남의 회사 일”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.


1. ‘실질적 지배·운영·관리’란 무엇인가?

수사기관이 원청 대표를 기소할 때 판단하는 기준은 **’공간’**과 **’권한’**입니다.

  • 판단 기준: 우리 공장 안에서 일하는가? 우리가 제공한 기계를 쓰는가? 우리가 작업 시간이나 방식을 통제하는가?
  • 핵심: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,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미흡은 곧 원청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이 됩니다.

2. 적격 수급업체 선정 (The Right Contractor)

중처법 시행령 제4조 제9호는 **”안전보건 역량이 갖춰진 업체만 골라서 계약하라”**고 명령합니다.

  • 실무 프로세스:
    1. 평가 기준 마련: 하청업체의 산재 발생 이력, 안전 인력 보유 현황, 위험성평가 실시 여부를 수치화합니다.
    2. 입찰 단계 적용: 최저가 낙찰보다 우선하여 **’안전 평가 점수’**가 기준 미달인 업체는 입찰에서 탈락시켜야 합니다.
    3. 기록 보존: “안전 점수가 낮아 이 업체와 계약하지 않았다”는 탈락 기록은 대표이사가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.

3. 원청이 반드시 해야 할 3대 도급 관리 (산안법-중처법 통합)

① 도급인·수급인 안전보건협의체 운영 (산안법 제64조)

  • 내용: 매월 1회 이상 원청과 하청 대표자가 모여 안전 이슈를 논의해야 합니다.
  • 기록: 회의록에 하청업체의 건의사항과 이에 대한 원청의 조치 결과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.

② 합동 안전점검 및 순회점검

  • 1. 합동안전점검 (정기적 합동 감시)
    • 주기: 분기별 1회 이상 (건설업은 2개월에 1회 이상).
    • 구성: 원청의 대표자(또는 책임자) + 하청의 대표자(또는 책임자) + 노사 양측 근로자.
    • 핵심: 노·사·원·하청이 모두 모여 전체적인 안전 시스템을 점검하는 ‘공식 행사’입니다. 경영책임자가 직접 참여한 기록이 있으면 중처법상 매우 유리합니다.
  • 2. 순회점검 (상시적 밀착 감시)
    • 주기: 주 1회 이상 (건설업 등 업종에 따라 매일 실시 권장).
    • 주체: 도급인(원청)의 관리감독자 (각 부서 팀장·반장).
    • 내용: 현장을 수시로 돌며 구체적인 위험 요인(보호구 미착용, 안전장치 임의 제거 등)을 적발합니다. (하청업체 관리자에게 즉시 시정요구)
    • 보고: 점검 결과와 시정 여부를 원청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(공장장)에게 보고하고, 최종적으로 경영책임자(CEO)가 이를 확인합니다.

💡 수사 대응 포인트 (Evidence) 단순히 “점검을 나갔다”는 기록은 부족합니다.

  1. 지적사항: 하청업체의 구체적인 위반사항을 적발한 기록.
  2. 시정명령: 하청에게 언제까지 고치라고 내린 공식 문서(개선명령서).
  3. 이행확인: 고쳐진 모습의 **전/후 사진(Before/After)**과 원청의 최종 확인 날인. **”지적하고, 고치게 하고, 확인했다”**는 이 세트가 경영자의 방패가 됩니다.

③ 정보 제공 및 공정 조절

  • 내용: 화재, 폭발, 질식 위험이 있는 작업 시 원청은 하청에게 위험 정보를 서면으로 제공해야 합니다. (산안법 제65조)

4. [심화] ISO 45001 기반 협력사 관리

ISO 45001(8.1.4.2)은 도급업체 관리를 단순한 감시가 아닌 **’소통’**으로 봅니다.

  • 상생 협력: 원청의 안전 교육장에 하청 근로자를 초대하거나, 원청의 안전 장비를 하청에게 지원하는 기록은 **’통합 안전경영’**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아 사고 시 정상참작의 사유가 됩니다.

5. [체크리스트] 7편: 우리 회사의 울타리 밖은 안전합니까?

  • [ ] 수급업체 선정 시 안전보건 수준을 평가하는 문서화된 기준이 있는가?
  • [ ] 안전 평가 점수가 미달인 업체를 계약에서 배제한 사례나 기록이 있는가?
  • [ ] 원-하청 안전보건협의체 회의를 매월 실시하고 대표이사에게 보고하는가?
  • [ ] 하청업체 작업에 대해 위험 정보 제공 및 **안전작업허가서(PTW)**를 발행하는가?

💡 경영자를 위한 최종 조언

“외주화는 업무의 분담이지, 책임의 회피가 아닙니다. 하청업체의 안전 역량이 곧 우리 회사의 안전 수준입니다. ‘싸게 잘하는 업체’보다 ‘안전하게 잘하는 업체’를 선택하는 것이 경영자의 가장 큰 절세이자 리스크 관리입니다.”


[다음 편 예고] 제8편: 안전의 최후 방어 – “사고 발생 후 대응 매뉴얼과 재발방지” (불행히 사고가 났다면? 골든타임 1시간의 조치부터 수사기관 대응 진술까지, 마지막 방어 전략을 공개합니다.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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